우리신문(2003/06/07)
영광축제에 굴비는 없다
글: 최성환
지난 6월 5일날 영광을 다녀왔다.
목적은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위한 것이었는데,
그 날이 마침 법성포 단오제 행사기간이었다.
그래서 목포로 돌아오기 전에 저녁식사나 하고 갈려고
법성포 행사장을 찾아갔다.
법성포는 굴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굴비상가가 많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다.
요즘 영광지역으로 답사를 자주 가는 데,
법성포를 지날 때마다, 굴비백반이라는 음식 메뉴가 식당가에
내걸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역의 토속성을 살린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한번 법성포에 들려서 굴비백반을 한번 먹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날 마침 지역축제도 열리고 하니,
잘되었다는 생각에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아쉽지만 결과는 돈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근처에서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한 군데 찾아 들어갔다.
굴비백반 10.000원, 굴비정식 15,000원이라고 메뉴에 적혀있었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겠지 기대를 하고 백반 2인분을 시켰다.
한참이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는데,
굴비백반이라고 하는 것은 보통 식당에서 먹는 밑반찬 수준에 탕하나에 굴비3마리가 구워져 나온 것이 전부였다.
굴비매운탕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목포에서 먹는 4,000원짜리 백반보다도 형편없었다.
영광조사다니면서 여런군데 식당을 들려봤지만, 음식도 다 맛있고,
반찬인심도 야박한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굴비의 상징인 법성포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먹어 본
굴비백반이 이전에 받았던 좋았던 느낌을 일순간에 확 바꾸어 놓았다.
음식하나가 지역이미지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사실 축제 분위기도 느낄 겸 이양이면 포구 쪽에 마련된 간이음식점에
굴비와 관련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굴비를 전문으로 하는 기존의 법성포 식당들이 한 쪽에 자리를 하고 있어서,
축제를 위해 마련된 토속음식점들에서는 굴비음식을 판매하지 못하는 모양같았다.
이런 때는 외부상인들에게 토속음식점을 내 줄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인들이 야외로 나와서 자기 식당 고유의 음식 솜씨를 뽐내는 장소로 활용하고,
외부관광객들에게 굴비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 홍보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참 안타까웠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그래도 법성포에 왔으니,
굴비나 사서 부모님께 선물할 요량으로 판매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굴비를 사면서 이곳 식당이 나오는 반찬에 비해 음식값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주인 아저씨한테 넌지시 말을 건넸더니,
원래 이곳이 그렇다면서, 그래도 만원짜리 백반은 좀 싼 편이고,
다른 식당은 더 비싼데 음식은 영 별 볼일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굴비사다가 집에 가서 요리 해먹으면 되지 뭐할라고 비싸게 식당 들어가서 사먹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현지인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두말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관광객들이 나 같은 속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날 법성포 행사장 주변에 펼쳐진 풍경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굴비의 고향에서 하는 행사니,
행사장 주변에서는 굴비를 가지고 여러 가지 토속음식들이
선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작 행사장 주변 간이음식점서는 굴비 구이나 매운탕 같은 토속음식들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웬일인지 영덕게를 판매하는 상인들이 상당히 눈에 많이 띄었다.
영광축제에 굴비는 없고, 정체불명의 영덕게만 판치는 요상한 축제현장를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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