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용해동에 소재한 갓바위는 사람이 갓을 쓰고 있는 약 5m정도 되는 타원형 모양의 암석이다. 이 갓바위는 유달산, 삼학도와 함께 목포의 3대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옛부터 목포시민들의 휴양지로 사랑을 받아 왔으며, 지금은 이 일대가 예향 목포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게 만든 일등공신이자 목포의 보배로운 자연환경유산이다.
그런데 현재 갓바위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목포시민들에게 상당히 소외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갓바위 일대가 향토문화관, 남농기념관,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문화예술회관 등이 들어선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어 연중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갓바위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해 두었다가는 갓바위의 모습도 언제고 삼학도 처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갓바위를 문화재로 지정하여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목포시민들은 그동안 갓바위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반신반의'로 인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데, 갓바위가 지니는 문화재 지정가치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해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갓바위의 지질학적 가치이고, 둘째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자랑하는 관광학적 가치, 셋째는 지역민의 문화상을 반영하는 전설의 주인공으로서의 문화적 가치이다.
갓바위가 지니는 학술적인 가치
최근 문화재청은 지질광물, 고생물 자료 등 자연문화재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하여 '(사)자연유산보존협회'에 의뢰하여 전국의『지질·광물 문화재 자원 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그 조사대상에 목포 갓바위가 포함되었으며, 조사책임을 맡은 김수진 교수(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는 조사결과보고서에서 갓바위가 문화재적 가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학술적 뒷 바침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명칭: 목포 갓바위
소재지: 전라남도 목포시 용해동
유형:: 지형·일반지질
종류: 풍화
조사결과: (나)급
조사자: 김수진(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사의견(요약):
갓바위 표면의 모자모양의 덮개와 벌집모양의 흠들은 바닷물에 의한 침식의 결과이다. 갓바위가 있는 곳은 응회암이 영산강 하구와 맞닿은 위치에 있다. 이곳의 물은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으로서 물의 성질은 바닷물이나 다름없다. 즉 갓바위에 파도가 치거나 안개가 끼이게 되면 그 표면이 염분을 함유한 수분에 젖었다가 마르게 되고, 수분에 용해된 일부 성분 중 실리카 성분이 암석표면으로 이동된 후 거기에 침전되면서 딱딱한 표피를 형성하였다. 한편, 용해된 부분은 조직이 이완되어 강도가 낮아지면서 쉽게 풍화되어 구멍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작용이 오래 계속 반복되어 현재와 같이 바위 윗쪽의 모자 모양의 경질부와 그 아랫쪽의 움푹 패인 벌집 모양의 풍화혈을 형성시켰다. 바위 윗쪽 갓 모양의 부위가 동쪽 내지 남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이것의 형성과정에 햇볕이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지시한다.
목포 갓바위는 해식작용과 기계적, 풍화작용의 영향으로 암석이 어떻게 풍화되어 가는 지를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크고 자연학습장이나 관광적 가치가 크다.
둘째, 아름다운 자연풍광, 관광학적 가치.
문화재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시각적인 가치이다. 즉 불상(佛像)을 예로 들면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예술적인 가치'도 높히 평가되는 기준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천연기념물의 경우는 관광적 가치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도 평가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목포 갓바위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옛부터 목포사람들은 입암반조 (笠岩返照)라하여, 갓바위를 목포팔경(木浦八景)의 하나 손꼽으며 명승(名勝) 중의 명승으로 칭송하였고, 일찍부터 갓바위는 목포의 외곽휴양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한마디로 영산강과 어우러진 갓바위의 형상은 신이 만든 작품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국보급의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현재는 보호와 방치의 애매한 상황속에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게 되어 있지만 갓바위가 문화재로 지정되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매우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특히 인근에 목포시에서 건설중인 자연사문화박물관과도 잘 연계되는 자연학습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전설의 현장이 지닌 문화적 가치
학술적, 관광적 가치 외에도 갓바위가 높히 평가되는 점은 이지역의 문화를 반영하는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설속에 나오는 인물은 구전에 따라 때로는 '도통한 스님'으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효성스런 이 지역 청년'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지금의 바위 형상과 전설의 내용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 전설의 내용은 이 지역민들의 생활상과 성품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일대의 옛지명은 '성자동(聖子洞)'인데, 바로 성스러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 성스러운 사람은 바로 전설속에 나오는 스님이나 효성스런 청년을 지칭하는 것이 나닐까? 이렇듯 갓바위의 전설은 제주도의 돌하루방 처럼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상징하는 가치가 있는 문화적 유산인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 처럼 갓바위는 학술적인 지질·지형적 가치와 관광적· 문화적 가치가 잘 어우러져 있는 자연문화유산임이 분명하다. (사)자연유산보존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갓바위가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목포시민들의 문화재 지정에 대한 의지이다. 문화재는 가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문화재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만이 가능하다. 문화재 지정이 모든 면에서 이로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항은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개발방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지금은 갓바위의 문화재 지정에 대한 목포시민들의 단결된 의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