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포시는 「역사·문화의 길」을 조성하기 위해 목포대 사회과학연구원에 「역사·문화의 길」마스터플랜 용역을 의뢰했음을 밝혔다. 이는 구 개항장 일대를 과거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길로 조성해 유달산 권과 갓바위 권으로 연계되는 관광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환영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목포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목포만의 독특한 문화관광자원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주요 거점인 인천·군산·목포 세 도시를 한번 살펴보자. 이 세 도시는 과거 일본에 의해 개항되어 근대적인 항구도시로 발달된 도시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와 관련된 유적지가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혹할 수 있는 새로운 테마관광코스를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근대유적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목포의 경우가 제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목포를 찾는 영화나 방송드라마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목포에 남아 있는 근대유적들의 활용가치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전국을 다녀보았지만 목포만큼 적당한 곳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 금년에 영화 'YMCA야구단', 드라마 '야인시대' 등이 목포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배경으로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목포 「역사·문화의 길」을 조성하는 일은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일본과 관련된 유적들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거 목포가 3대항 6대도시에 들어갔던 시대를 두고 목포의 옛 영화(榮華)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역사·문화의 길」 조성사업은 그때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목포의 옛 영화가 아니고, 목포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옛 영화가 아니었던가? 당시 사회구조를 보더라도 소수의 일본인이 다수의 조선인을 지배하는 불완전한 구조의 사회였기 때문에 그때의 유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배울 것인가, 그리고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과연 그들에게 이러한 유적들을 통해서 우리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겠다.
현재도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과거 그들이 살았던 목포를 회상하며 다시 찾아오고 있다. 구 일본영사관이나 동척 건물 등을 보고 가는 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역사·문화의 길」조성사업이 단순히 경제적 수입을 위해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한·일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문화공간으로 조성 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 충분한 기획과 검토가 사전에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몇몇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진 용역이 아니라, 다수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여 이러한 문제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충분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