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글은 2001. 2월 목포문화사랑에 쓴 글로 당시 유달산에 세워져 있는 노래비가사가 잘못되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2002년 3월 기준) 이 노래비에 원래 가사를 함께 적어 새로운 비문을 붙여놓았는데, 비의 원형의 모습이 변형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비석 자체는 그대로 두고, 그 옆에 별도의 안내판을 세워 잘못된 가사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 현재 노래비는 비문의 내용이 두개나 늘어나는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제언>
목포의 눈물 노래비 가사에 대하여
최성환(향토사연구원)
목포 유달산을 오르면 달성각에 좀 못치는 위치에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건립되어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비의 노래비 가사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한 내용이 일어나고 있는지와 근본적으로 목포시민들이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을 살펴본다.
유달산에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는 1969년 한 목포시민(박오주)의 기금을 토대로 국민의 아픔을 노래한 '목포의 눈물'과 가수 이난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는데, 정면 상단부에 '목포의 눈물' 노래 가사가 새겨져 있고, 하단부에는 "살아있는 보석은 눈물입니다. 남쪽하늘 아래 꿈과 사랑의 열매를 여기 심습니다. 이난영의 노래가 문일석 가사 손목인 작곡으로 여기 청호의 넋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라는 추모의 글귀가 적어져 있다.
그런데 당초에는 이 비문에 '손목인 작곡'이라는 글이 빠져 있었다. 1987년 5월에 목포를 방문한 작곡가 길옥윤이 이를 확인하고, 한국창작분과 위원회에 이 문제를 건의하자 신문지상에 보도되면서 작곡가 이름을 누락시킨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목포시에서는 이 아래비문을 떼어내고 똑같은 글씨체로 '손목인작곡'이라는 글귀를 적어 넣고 다시 만들어 붙여 놓아 지금의 내용을 갖게 되었다.
그러한 한차례의 해프닝이 있었던 이 노래비가 30여 년이 흐른 지금에 다시 노래비에 적힌 가사를 두고 원본과 다르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노래비 가사의 수정에 대한 왈가왈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노래비에 적힌 가사가 원래 이난영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와 부분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인데, '목포의 눈물' 노래가사는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 작사를 한 문일석이 1934년 조선일보향토노래가사 공모에 제출했던 '목포의 노래(원제목)' 가사,
둘째 일제의 검열을 피해 부분적으로 가사가 수정되어 음반으로 처음발표 되었던 당시의 노래가사,
그리고 세째는 발표된 후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국문표기상의 변화를 거쳐 현재 대중들에 현재 대중들에게 공식적으로 불리워 지는 내용의 가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노래비 가사가 이러한 세가지 기준 어느 것에도 부합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표기법상의 차이가 생기는 부분을 제외하고도 의미적으로 다른 부분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우선 처음 음반취입 당시나 현재의 대중가요 집에는 2절 가사 중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로 되어 있는데, 현 비문에는 "유달산 바랍은 영산강을 아느니"로 되어 있다.
의미와 어감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 없다.
이 문제를 목포일보 창간특집을 통해 처음 지적한 민영철(근대사 자료연구가)은 노래비를 처음 세운 취지는 이난영이 불러서 온 국민이 애창한 가요로서의 '목포의 눈물'을 기리기 위한 것이므로, 첫 음반 취입 당시의 가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주장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첫 음반 취입당시의 가사는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가사말을 발음이 비슷한 다른 말('삼백년 원한 품은'을 '三白淵 願安風'으로)로 상당부분 변화시켰기 때문에 원가사의 의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사의 노래비를 바꾸는 것은 여론을 공청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유달산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의 가사는 조금씩 변화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어느 특정기준을 삼아 다시 고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도 노래비의 가사를 바꾸는 것이 옳은지, 시대의 아이러니로 보고 그냥 둬야 할지, 만약 노래비의 가사를 고친다면 문일석이 향토노래가사로 처음만들었던 내용으로 할 것인지, 실제 발표되었던 것으로 해야할지, 아니면 대중들에게 흔히 불리워 졌던 표기법의 가사로 할 것인지 역시 애매한 구석이 많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보다는 이난영에 대한 연구와 자료수집이 너무나 미진하여 왔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목포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난영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논의가 있어왔으나 기초적인 자료수집이나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집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변명이었는데, 앞에서 지적한 민영철씨는 이난영과 관련된 120여 점의 자료를 손수 수집해 놓았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목포시에서는 그러한 자료들의 내용을 파악하고 기증 또는 매입을 통해 이난영 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초작업들을 충실히 펼쳐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후에 기념관을 세울 것인지, 노래비의 내용을 수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