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지방 신문에 목포 고하대교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함께 고하대교가 목포에 가져다 줄 장미빛 청사진이 보도되고 있다.
산업적으로 볼 때 서해안 고속도로와 신 외항을 연결하는 4km의 고하대교는 서남해안권 물류이동을 원활하게 할 것이다. 때문에 분명 경제적인 논리로는 상당한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으로 부풀어진 고하대교를 건설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아니한 만 못한 꼴이 될 수도 있다.
건설하기 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만들고 나서 "누가 잘했네, 못했네"하는 뒷북치기 논쟁이 또 벌어질 것이다.
첫째, 고하대교는 연륙교가 아니다.
섬에 살아본 사람들, 섬을 드나들어 본 사람이라면 육지와 연결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꿈같은 희망사항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하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이미 신외항 공사로 인해 연륙이 되어 육지의 일부분이 되어 있다. 삼호중공업 사원 아파트 쪽에서 허사도, 장구도, 고하도가 연륙이 되어 현재도 차를 타고 고하도를 드나 들 수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섬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륙교의 절실함에 의한 건설이 아니다는 이야기가 된다.
둘째, 새로운 관광명물이 필요한가?(고하도 용머리는 이미 최고의 명물이다)
고하대교가 건설되면 새로운 명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게 가장 불만이다. 왜 사람들은 기존에 있는 좋은 자원은 방치하면서 뭔가 새로운 조형물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기를 좋아할까? 고하도는 병풍암, 용머리 등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명성을 얻어온 명물이다. 목포가 자랑하는 목포팔경에 나오는 '용당귀범(고하도 용머리와 그 앞을 지나는 배들의 풍경)'이야 말로 명승 중에 명승이다. 사실 목포팔경 중에 현재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소는 고하도 용머리 외에는 이미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다리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해도 현재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고하도 용머리의 풍경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풍경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다면, 고하도 용머리 풍경은 국보급 풍경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곳이다.
셋째, 새로운 것에 대한 환상은 없는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소중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짓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바로 삼학도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는가? 그나마 삼학도의 경우는 과거에 지역경제를 위한 절실함이나마 느껴졌다고 칠 수 있지만, 고하대교가 과연 절실한 것인가 반문을 제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리 하나 새로 만든다고 미항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항 가꾸기의 실적을 위한 하나의 불필요한 상징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노적봉과 시민의 종을 예로 들어보자. 시민의 종이 생기기 전에 노적봉은 목포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봉우리였다. 그런데 원래 명소인 노적봉 옆에 인공적인 시민의 종을 건설해 놓은 이후부터는 목포 어디에서 봐도 노적봉보다는 시민의 종이 먼저 시선에 들어온다. 노적봉을 바라볼 때는 그 봉우리가 쌀을 쌓아놓은 노적처럼 보이는 가를 생각하면서 봐야 하는데, 시민의 종은 노적봉의 고유한 경관을 파괴시켜 버린 것이다.
넷째, 고하대교의 경제성, 목포관광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고하대교가 지역산업의 경제성을 고려해서 건설 추진중인 교량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하대교가 지역민의 체감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있어서 이 도로를 통해 유달산과 구도심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방문객이 연결이 된다. 현재 목포관광산업의 가장 문제점은 관광객들이 지역민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다는 것, 즉 목포에서 돈을 쓰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해안도로를 통해 들어와서 유달산만 보고 되돌아가거나, 갓바위 문화의 거리 일대를 통해 타지역을 그냥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이런 것도 고하대교가 건설되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른다. 현 상태에서는 고속도로를 타고 오면, 목포가 끝이라는 인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북항 쪽에서 고하대교를 통해 신외항으로 연결되면, 목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영암, 해남, 장흥 등지로 관광객들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구 도심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강진의 예를 들어보자. 영암쪽에서 장흥으로 연결되는 신도로가 개통되고 나서 도로교통은 편리해졌지만, 구 도로를 타고 갈 때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었던 강진 지역을 많은 운전자들이 먼 산처럼 바라만 보고 그냥 장흥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도로가 개설되면 교통이 편리해지겠다고 생각했던 많은 지역민들이 지금은 오히려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 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하대교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다섯째, 고하도가 종착지가 될 수 있나?(주민들은 기대)
필자는 올 초에 약 두 달 여 동안 고하도 답사를 다니면서 많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실제 고하도 주민들은 고하도가 연륙으로 인해 교통의 불편이 해소된 것에 만족하지, 고하대교가 건설되고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고하도는 이미 토지의 80%이상이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고하대교가 건설된다해도 투자할 만한 땅도 돈도 없기 때문에 실제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 속에 고하대교의 건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하대교와 연결되는 부분도 현재 주민들의 거주지와는 좀 거리가 있다. 이 일대는 예부터 감화원(현 공생재활원)이 있던 곳이라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어 왔던 지역이었다. 현재 목포시는 고하대교가 건설되면 고하도 관광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지, 구체적으로 고하대교와 관련하여 고하도를 어떻게 관광지로 개발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하대교를 넘는 관광객이 고하도 땅에 발을 내딛게 만들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냥 차창 안에서 스쳐 지나는 곳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섯째, '대교'가 너무 많은데, 호기심을 끌 수 있나?
선진국에서는 대교는 관광자원으로서 활용가치가 더욱 높다. 때문에 고하대교도 그렇게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고하대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계획도를 보면 목포시는 앞으로 고하대교 외에도 여러 곳에 교량을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고하대교가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 다른 다리와 차별화를 한다고 해도, 대교가 너무 많으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에 진입하는 관광객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서해대교'를 거쳐오게 되고, 목포에 다다르면 곧 개통될 '압해대교'를 먼저 만나게 된다. 그 다음이 '고하대교'인 셈이다. 과연 얼마나 고하대교가 신선하고 새로운 목포관광을 위한 명소가 될 수 있을까?
고하도는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의 관광지 일 뿐 아니라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이 진을 치고 삼도 수군을 통제했던 역사적인 사적지이다. 이와 관련된 풍부한 문화유적과 민속문화가 아직도 살아 숨쉬는 곳이다. 고하대교가 아니더라도 해양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관광지로 개발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목포시가 진정으로 고하도를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와 관련된 종합적인 검토와 계획을 먼저 수립하여야 한다. 막연히 없던 건물하나 짓고, 도로하나 뚫어 놓으면 되겠지 하는 몽상에서는 제발 이제 그만 깨어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