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도(高下島)는 목포 앞 바다에 아름답게 늘어져 있는 섬으로, 우리 고장을 지키는 천연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제독이 진을 치고 머물렀던 호국사적지이고, 일제강점기에는 국내최초로 육지면 면화 재배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요즘 고하도를 자주 드나들고 있다. 목포 신 외항 공사와 목포대교건설로 인해 고하도가 지니는 인문·자연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고하도 역사와 문화, 주민들 생활환경 등을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이다.
현재 신 외항공사 준비로 이미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어 삼호중공업 사원아파트 쪽에서 허사도를 거쳐 고하도로 차량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고하도 마을에 들어가면 소형차조차 운행하기 힘들 정도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 이는 역사의 땅 고하도가 현대에 와서 도시개발에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영산강 하구언이 막아지기 전까지는 그나마 목포권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었지만 하구언이 개설된 이후 관광객들은 영암·해남 등지로 빠져나갔고, 지금은 방문객 하나 없는 외로운 섬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고하도에 새로 건설되는 신 외항과 목포대교의 건설은 고하도의 새로운 발전과 목포권 지역경제 발전에 많은 희망을 안게 해준다. 신 외항이 건설되면 고하도는 국제자유무역항을 꿈꾸는 목포의 관문이 될 것이고, 서해안 고속도로와 신 외항을 연결하는 4.9km의 목포대교는 서남해안권 물류이동을 원활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고하도의 개발이 부푼 희망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산강하구언 축조의 사례에서 배웠듯이 신 외항 공사는 고하도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생태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목포대교의 건설은 목포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자연풍경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하도 용머리 해변의 풍경은 목포가 자랑하는 제일의 명승지이다. 예부터 선조들은 이곳을 '병풍암'이라고도 하고, 목포팔경 중 하나로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여 왔다. 자연풍경의 한 장면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유달산에서 바라 본 고하도 용머리 해변의 풍경이야말로 국보급 문화재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목포시에서도 용머리 해변 자연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량이 용머리 위를 지나지 않고 뒤로 우회하여 신 외항 쪽으로 연결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유한 자연풍경이 크게 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편, 목포 미항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목포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하는데, 고하도 용머리는 이미 목포항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지 오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목포대교가 지역산업의 경제성을 고려해서 건설 추진중인 중요한 교량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하도 용머리의 자연풍경이 그러한 건설공사로 인한 경제성보다 훨씬 중요하고, 높은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공장 굴뚝을 세워서 지역의 경제성을 따지는 시기는 지났다. 고하도에 다리를 놓아 그 다리가 지니는 경제수치를 따지기 이전에 고하도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지니는 그 자체의 무한한 경제성은 왜 따지지 못하는 것인지 아쉬울 따름이다. 고하도가 제2의 삼학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