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목포에서는 "제주도 4·3관련 행방불명자 진혼제"가 구 목포교도소(현 산정3동) 자리에서 열렸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이른바 "제주도 4·3" 사건과 관련하여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이 행사가 목포에서 개최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목포에서 1949년에서 발생한 목포형무소 탈옥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49년 9월 14일 목포형무소(당시에는 교도소를 형무소라고 부르고 있었다)에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공포에 떨게 했던 대규모 탈옥사건이 발생했다. 목포형무소 재소자들이 바깥작업을 끝낸 뒤 일제히 폭동을 일으킨 끝에 4백여 명이 집단탈주에 성공하였으며, 도주자들에 대한 체포작전도 2개월이나 지속되었으나 20여 명은 끝내 잡히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광복이후 목포에서 발생했던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좌우익의 갈등 낳은 또 하나의 민족비극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사건이 목포에서 "제주도4·3"관련 행방불명자 들의 진혼제가 열리게 된 배경이다. 당시 목포형무소에 수감 중에, 1949년에 발생한 탈옥사건 당시 억울하게 죽어갔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제주도 4·3 관련자였기 때문이다.
먼저 목포형무소 탈옥사건이 일어난 상황부터 알아보자
일제강점기 목포형무소의 수용인원은 대량 300∼400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탈옥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무려 1,500명이나 수감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수감자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이런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목포형무소 죄수들의 탈옥사건은 14일 오후 5시 10분 경에 발생했다. 작업을 끝마친 400여 명의 죄수들이 함께 봉기하여 무기창고를 습격, 무기를 탈취하여 뒷문을 파괴하고 형무소로부터 약20km 가량 떨어진 무안군 일로 방면으로 도주하게 된 사건이었다.
당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수감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당시 국내사정은 좌우익의 사상적 갈등으로 인해 "제주도4.3"이나 "여수순천사건" 같은 일이 있은 후였기 때문에 그로 인해 사상범으로 취급받은 사람들이 대거 목포형무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특히 목포형무소 탈옥수의 대부분은 "제주도4.3"으로 25년 이상 장기수(長期囚)로 복역 중이던 사람들이었는데, "제주도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미군정 초기부터 지속되어온 갈등이 폭발되어 일어난 민중항쟁으로 우리역사에서 반드시 올바로 자리 매김 되어야 할 사건이었다. 사상으로 인한 민족갈등으로 이유 없이 무고한 사람들이 형무소에서 장기수로 수감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목포형무소 탈옥사건은 단순 우발적인 탈옥사건은 아니었나?
당시 신문기사(호남신문 1949년 9월 20일자)를 보면 이 탈옥사건에 지도부가 있었으며, 수감자들이 어느 정도 의식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발생한 점을 볼 때 그 성격상 단순폭동에 의한 탈옥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탈옥자중에 서기오(30)라는 인물이 체포되었는데, 이 사람은 광복직후 목포보안서 간부로 있었고 그 후 민애청이라는 단체를 조종하고 목포형무소의 대규모 탈옥사건을 조종한 결사대장이라고 경찰은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진상조사를 위해 목포를 방문한 윤용섭 법무부형정국장은 탈옥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발표했다.(1949년 9월 20일 호남신문 기사참조).
- 수용인원수가 정원보다 초과되어 공장 등을 감방으로 전용한 것.
- 악질장기수용자를 원칙적으로 목포에는 수용 못하게 되었는데 더 많이 수용한 것.
- 군인으로서 숙청을 당한 자들이 다수 수용된 것.
- 직원 중에 좌익에 가담해서 본 사고 발생을 예측하고도, 상사에 보고 않고 묵과시킨 것.
- 형무 조직원을 비금도작업장에 많이 보냈기 때문에 기동대원이 부족한 것
탈옥수가 40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나?
신문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사건발생 8일 후 발표된 내용에 보면, 목포경찰에서는 탈옥죄수 413명 중 체포 85명, 사살 298명, 자수자 10명, 미체포 23명, 총기회수 10정이 되었다고 한다. 무참하게 사살된 인원이 무려 298명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체포되지 않은 사람도 20여 명이나 되었다.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른 불상사는 없었나?
수색경찰부대가 탈옥수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큰 실수가 발생했었다. 당시 무안군 일로면에 20여명의 나환자들이 모여 사는 재활촌이 있었다. 탈옥수들이 그곳으로 도주를 하면서 나환자들의 옷을 뺏어서 자신들의 죄수복을 나환자들에게 입히고, 자신들은 나환자 복을 입고 도망을 갔다. 그런데 이 나환자촌이 보이는 산마루에 도착한 경찰수색대가 환자들을 탈옥수로 오해해서 사격을 가하는 바람에 7명이나 사망하는 비참한 일도 있었다.
사건의 규모도 그렇고 당시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목포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탈옥죄수와 사살자의 숫자만큼이나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사건이 일어난 목포지역에는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아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항간에는 한독당원 문전에서 탈옥수를 사살한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기도 했다.
경찰은 시내 좌익계열과 연락하고 있던 공범자 및 탈옥수 죄인의 잠복을 탐사코자 탈옥죄인를 데리고 가는 도중 도주하는 것을 부득이 사살하는 수가 있었을 뿐, 절대로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경찰은 해명했지만, 실제 특정인의 집 앞에 탈옥수들의 시신이 쌓여져 있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하는 목포의 원로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목포형무소 탈옥사건의 역사적인 성격을 어떻게 봐야할까?
지역민들에게도 잊혀져 가고 있는 이 사건은 우선 우발적인 탈옥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지도자들의 면모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제주도 4·3'이나 '여순사건'의 경우처럼 광복이후 우리민족이 겪어야 했던 사상적 갈등에서 민족적 비극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는데, 광주전남지역에 5·18과 관련해서 명예회복과 보상문제를 추진하듯이, 제주도에서는 4·3사건과 관련해서 올바른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문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사건과 관련해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흔적을 추적한 결과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목포에 수감되어 있었고, 도중에 이 탈옥사건으로 인해 비명행사를 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유가족들이 조상들의 유골이라도 찾아서 위령제라도 해주고자 목포를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살된 사람들은 무덤 하나도 갖지 못했고 어디에 묻혔는지 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조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건이지만, "木浦市史" 어디를 찾아봐도 제대로 언급되고 있는 곳이 없고, 오히려 부끄러운 과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역사에서 감추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옥수들을 꼭 그렇게 처참하게 사살해야 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올바른 역사정립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