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문화를 올바로 이해하고, 정립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그 지방의 인물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현재 신안군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자랑스런 신안인 선양 및 신안 이미지 제고" 연구용역(책임연구원 강봉룡 목포대 교수)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한마디로 사람의 연구를 통해 올바른 지방문화를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다. 문화의 세기에 들어 지방문화 선양에 대한 각 자치단체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문화유적이나 유형적인 것들의 보존 발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신안군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선진적인 작업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특히 신안 인물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신안은 서울을 중심으로 봤을 때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낙도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왠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남해 섬들이 겪어야 했던 "사람 역사의 단절" 때문이다. 고대 해양문화시대에 서남해 섬들은 국제무역항의 징검다리로서 우수한 문화를 꽃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고려 말부터 왜구의 침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섬에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공도(空島) 정책이 시행되면서, 서남해 섬들은 문화적 휴면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시 사람들이 들어가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섬과 바다에 대한 인식은 "개방과 진취"가 아닌 일종의 "피해의식"으로 자리잡게 되고, 그곳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비쳐져 왔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킬만한 신안의 지적전통을 새롭게 발굴한다는 의미도 더해져 있다.
현재 신안 인물에 관한 학술조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인적자원을 총망라하여 데이터화하고, 그 중 가장 대표할 만한 인물에 대해 연구하는 것. 둘째, 대표인물을 중심으로 선양사업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것. 셋째, 신안 역사인물과 관광활성화를 접목하는 측면으로 진행중이다.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섬사람들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필자 또한 이번 연구과정에 함께 하면서 섬사람에 대한 편견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사람들은 학문도 낮고 문화적 수준도 천박하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대해양문화를 꽃피웠던 서남해 섬들의 지적전통은 공도 정책으로 인한 역사적 공백기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나름대로의 일맥을 형성하면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한 지적전통은 한국의 정신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의도 같은 작은 섬마을에서 대통령이 배출되었고, 사람이 살만한 땅이 못된다던 흑산도에 유배온 정약전이 "자산어보"와 같은 역작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섬 문화 특유의 지적전통이 존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반도는 이제 새로운 해양문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섬사람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가지고는 새로운 해양문화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바닷길이 정보교류의 지름길이었던 고대해양문화의 지적전통과 섬사람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