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지배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이 진리는 우리 역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바다를 잘 활용했던 시기의 한반도는 아시아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는데, 장보고 시대의 해양활동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장보고가 바다를 주름 잡던 시절 국제해로의 요충지가 되었던 곳이 바로 흑산도이다. 흑산도는 고대 해로상의 중요한 국제 무역항으로서 성장하여 고려시기 때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풍성한 해양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고려 말부터 시작된 공도정책(空島政策)과 조선시대 해금정책(海禁政策)으로 점점 쇠약의 길을 걸었고, 항구로서의 명성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한반도 역사에서 결국 해양을 경시하는 풍조는 국가의 몰락을 가져왔고, 흑산도는 이와 함께 세인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세월은 또다시 흐르고 변해 이제는 신 해양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이 되었고, 흑산도는 해양관광자원의 개발을 통해 옛 명성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흑산도는 환경문화·역사문화·생활문화·예술문화의 네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섬 전체가 하나의 사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 관련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또 하나 흑산도가 지니는 관광자원 개발의 장점은 수많은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문화산업의 발전은 얼마나 많은 문화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찾아가는 형태의 관광산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흑산도는 다르다. '홍어', '흑산도 아가씨', '유배', '정약전과 자산어보', '최익현', '해녀', '민속놀이', '해넘이' 등 흑산도 하면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은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문화콘텐츠로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유배'이다. 과거에 '유배'는 국가의 대역죄인이 가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그 유배인물의 면모를 살펴보면 당대의 앞서가는 선구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복잡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유배'는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선비적 은둔생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멀리 떠나보고 싶은 충동에 유배문화의 체험이 가미된다면 훌륭한 문화관광자원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흑산도의 대표적인 유배인물로는 '정약전'과 '최익현'을 들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유적들은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신안군에서는 현재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에 유배문화공원 조성에 대한 학술조사용역을 실시한 상태이다. 이는 지역문화발전에 매우 고무적인 일로, 벌써부터 그 연구결과가 어떤 내용이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세기 한반도의 미래는 문화와 해양의 만남이 가져다 줄 것이다. 신안군 관광자원의 개발은 바로 그러한 요소를 중시해야 될 것이고, 필자는 흑산도가 지니는 문화콘텐츠가 그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