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 수화 김환기 선생의 특별전이 광주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2004년 6월 4일부터 30일까지 광주시 동구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광주&가나아트에서 열렸는데, 광주·전남권 지역민들이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직접 만끽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관광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포터 또한 우리 고장이 배출한 거장 김환기 화백의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실제 작품을 접해볼 기회는 갖지 못했었다. 평소 서울에 있는 '환기 미술관'을 방문해 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 실천을 못하고 있던 중 인근 광주에서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침 신안 문화원에서 김환기 화백 추모 행사를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던 중이어서 관련 정보도 수집할 겸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아 나섰다.
다음은 이번 특별전을 담당하고 있는 광주&가나아트의 이미숙 매니저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수화 김환기 선생님 특별 기획전을 마련한 계기?
김환기 선생님은 신안 기좌도(현 안좌도) 출신으로 이곳 남도인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서울에는 김환기 미술관이 있지만 이곳에는 그를 기념할만한 어떤 것도 있지 않다. 김환기 선생님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 지역사람들이 김환기 선생님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전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가나아트(서울)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로 앞으로 제2, 제3의 전시를 더 기획할 예정이다.
전시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번 전시회는 기획의도에 따라 특정시기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보여드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 작품들로도 김환기 선생님을 알리는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는?
김환기 화백이 1968년 뉴욕에 머무르며 작업했던 것들로 신문지에 그린 작품들이다. 김환기 선생님의 당시 형편을 잘 알 수 있는 그림들로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신문지위에 유채 작품을 그려냈다. 추상적인 것 같지만 서양의 화법에 동양인의 의식을 근간으로 한 자연으로의 귀의를 나타내는 작품으로‘시와 서정의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이 작품들로 인해 김환기 선생님을 회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별이벤트로 김환기 미술관을 무료 참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고 하던데?
'가나아트'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걸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그리고 가나아트센터가 서울과 광주라는 네트워크를 활용, 체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김환기 미술관 및 이응로 미술관 등을 탐방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림 외에도 김환기 선생님 작품모음집과 작품을 실생활에 응용한 물건들이 눈에 띄는데?
14편의 유채작품 외에 작품을 모아 책으로 만든 도록, 작품 속 점·선·면을 활용, 넥타이와 손수건, 우산 등 실생활용품을 만들어 전시, 판매하고 있다.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이 생활 속으로 더 친근히 다가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림은 늘 가지고 다닐 수 없지만 이러한 것들을 통해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과 늘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전시회의 호응도는 어떠한가?
김환기 선생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다녀가셨고 여러 곳에서 김환기 전시회를 열고 싶어하는 문의도 있었다. 특히 광주KBC에서 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 생가와 서울에 있는 김환기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에 있다. 수화 김환기 선생님을 재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가나아트샵은 어떤 곳?
이곳 광주&가나아트샵은 광주문화관광상품 전시장으로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작년 11월 1일 개관하였다. 1층은 아트샵으로 전통공예, 금속, 도자, 섬유, 목기 및 작가 이미지를 응용한 상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2층 갤러리에서는 가나만의 특징을 살린 기획전시와 미술관련 워크샵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전시회로는 4월에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의 크레용 드로잉〉 展을, 5월에는 〈우리고유의 웰빙문화-다구모음전〉을 개최하였다.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면 항상 기분이 상쾌하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나서 얻는 큰 기쁨인가보다. 이미숙 매니저와의 대화 역시 즐거웠다. 미술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멋진 분이셨다. 1시간 여의 대화 속에서 미술을 사랑하는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느낌이 전해져 나 역시 미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우리 지역사람들은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만나려면 서울에 있는 김환기 전시관을 찾거나 가끔 있는 특별전시회를 찾아야한다. 그나 특별 전시회가 지방에서 개최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신안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를 우리 고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떨쳐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김환기 화백의 정신을 담은 전시회 혹은 미술대회 같은 문화행사를 여타 지역에서가 아닌 김환기를 낳은 고장, 그 분의 고향인 신안군이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개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문화상품이었다. 지역의 지적 자산을 문화 상품화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요즘 시점에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으로 만든 문화상품은 리포터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나 가지고 있으면 명품 부럽지 않은 품위가 느껴질 것 같고, 신안 군민들에게는 애향심까지도 고취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역시 아쉬운 점은 이러한 문화관광상품이 고향인 신안이나 목포지역에서도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적자산이 없으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서라도 관광상품화 하는 요즘 세태에서 이렇게 훌륭한 자원들이 지방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김환기 화백을 신안의 문화인물로 선양하고, 그의 예술세계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더 많은 힘을 기울였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조희룡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이 조희룡 선양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던 것처럼, "김환기를 사랑하는 사람들"같은 소모임이 지역에서 먼저 만들어져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