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조는 유달산을 일본인들에게 팔아먹어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많은 일화를 남긴 인물로 지금도 이 지역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목포의 기인(奇人) 중의 하나이다.
그는 '자기 이름을 새긴 말목을 세워 목포 유달산의 나무, 바위, 흙 등을 따로따로 일본인에게 팔아먹었다', '최고기관인 조선총독부에 금명함을 뿌리며 마음대로 출입하였다'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화를 남겼으며, 이후 교육사업을 위해 수많은 땅과 재산을 목포시와 국민대학에 기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치부과정에서 생긴 친일행적(그는 일제시기 친일적 정치브로커였다)과 간척사업 등으로 인한 내국인과의 마찰 등의 이유로 그에 대한 목포사람들의 평가는 여러 가지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가 1970년 2월 17일 93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치기 전 까지 살았던 생가가 지금도 남아 있는데, 산정동 중앙하이츠로 올라가는 입구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2층 구조의 돌집이 바로 그것으로 현재는 먼 친척인 정인웅씨가 자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현대식 건물의 사이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 건물의 정문입구에 서보면 건물의 양식에서부터 매우 독특함이 느껴진다. 건물재질은 옛 목포청년회관(신안군청 앞 현 제일교회), 목포문화원 별관건물 등 지금 남아있는 몇몇 공공건물과 유사해 보이며, 자택 건물이라서 2층에는 베란다식 앞마당이 확보되어 있다. 누른 빛이 나는 오래된 돌담이 현관문에서부터 둘러쳐 있고, 정원에는 크고 작은 정원수들이 깔끔하게 다듬어진 채로 곳곳에 심어져 있다. 건물내부는 현대식으로 개조되어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는 어려운데 예전에는 바닥에 지하창고가 있었는데 수리하면서 막아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거실에 걸려있는 '信爲事奉'이라는 의친왕(義親王)의 친서가 눈길을 끌뿐이다.
목포라는 도시의 근대역사를 살펴보기 위해서 그 시기에 활동했던 주요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병조 같은 인물도 물론 포함 될 것이다. 그러나 목포에서 이러한 연구는 극히 미진하여 그가 살았던 건물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야 한다. 정원의 한쪽 모서리에 어디선가 옮겨 세워놓은 듯한 허름한 비석 한기가 그러한 현실을 대변하는데, 이 비에는 '巨山 處士 鄭柄朝氏 永世不忘碑'라고 새겨져 있다. 이러한 비가 있는지 조차 몰랐던 방문객의 무지를 더 한탄스러워 하며, 언제고 다시 찾아와 탁본을 해보리라 하는 짐을 남긴 채 거사처사의 집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