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기념물
                               정인호 시혜불망비와 온금동 우물

                                                                                    글: 최성환

개항이후 급속한 발전을 거듭했던 목포가 당면했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부족한 식수(食水)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나마 물 사정이 좋은 지역에 몰려들어 자리 잡고 살기 시작했는데, 북교동·죽동 등에 조선인 마을이 먼저 형성된 배경에는 그러한 사정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식수사정이 비교적 좋았던 지역에는 아직도 '큰 샘거리'니 '쌍 샘거리'니 하는 지명이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 온금동에 남아 있는 정인호 시혜불망비는 당시의 이러한 목포사람들의 물사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공적비는 당시 주민의 어려운 물사정을 감안하여 정인호라는 사람이 돈을 내어 마을 우물을 파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인데, 현재 온금동 24번지(서산초등학교에서 유달산쪽으로 오르는 길)에 전오위장을 지낸 김영수시혜불망비와 함께 나란히 서있다.

비의 정면에는 유학정인호시혜불망비(幼學鄭麟浩施惠不忘碑)라고 비명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唯公治井 渴水源長
捐千金額 護一里方
旱亭甘雨 陰谷太陽
頌德銘石 芳名遠揚


대략의 뜻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공께서 마을 우물을 관리하였는데, 가뭄이 심해 물이 마르게되자
천금을 기부하여, 일리사방을 보호하니
목마른 마을에 단비요, 그늘진 골짜기에 해가 돋는 것과 같다.
그 덕을 기려 돌에 새기니 그 이름 먼 후세까지 칭송되리라.

또한 비의 뒷면에는
'木浦府溫金洞中一同'
'大正十一年 五月 日 建立'
라고 표기되어 있어 1922년에 마을주민들이 건립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정인호씨의 출원으로 팠다는 온금동의 마을우물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더욱 관심을 끄는데, 동네주민들이 지금도 '큰 샘'이라고 부르는 이 샘은 온금동 111번지 앞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가로 150Cm, 세로 135Cm의 크기로, 완벽한 우물 정자 '井'의 모습으로 조성된 이 큰 샘은 불과 5∼6년 전 전까지도 동네주민들이 물을 길러다 사용했다고 하며, 현재는 뚜껑을 덮어놓은 채 사용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공덕비와 함께 그 내용을 실증하는 유물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특히 오래된 유물이 귀한 목포에서는 정말 소중한 생활문화자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소중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