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단의 유래
신안군 지도읍 감정리 백련동 두류산 정상부에는 두류단(2000년 1월 31일에 신안군 향토자료 제7호로 지정)이라 불리는 5선비가 세워져 있다.
최초의 두류단은 1720년 경에 주자, 정여창, 김굉필 세분을 모시는 정자를 짓고, 제향을 지내왔던 곳이라고 한다. 그 후 1914년 호남지방의 선비들이 전라도지방의 학문과 사상에 있어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이항로(李恒老), 기정진(奇正鎭), 김평묵(金平默) 3분을 단비(가로 33cm, 세로 68cm)로 모시고 3현단이라고 칭하게 되었는데, 5년 뒤에 최익현(崔益鉉) 선생도 함께 모시면서 4현단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에 광복 이후인 1948년 중암 김평묵의 제자였던 지도출신의 나유영(羅有英) 선생을 단비로 모시고 오선생단 또는 오선비(五善碑)라 불러지고 있다. 현재 두류단에는 다섯 명의 선현을 추모하는 오선비가 세워져 있고, 그 앞쪽으로 두류산과 두류단의 유래를 기록한 두 개의 비석이 있다.
매년 음력 9월 15일에 제사
지도읍은 1896년 지도군이 독립적으로 신설되면서 향교가 설립되고 운영되는 곳이다. 이후 유림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위정척사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화서 이항로의 학문적 영향이 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화서 계열의 학자로 구한말에 이 지역에 유배를 왔던 중암(重庵) 김평묵과 면암(勉庵) 최익현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두류단도 그러한 맥락에서 조성된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음력 9월 15일 인근 유림들이 모여서 선현들에 대한 제사를 지낸다. 올해는 10월 10일에 제사가 치러졌다. 이날 행사에는 약 30여명의 인근 유림들이 모였다. 지도 뿐만 아니라 무안, 증도, 임자 등지에서 함께 참여하였는데, 지난번 지도향교의 석전제 때 보았던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이 두류단 제사는 지도 향교를 출입하는 인사들이 주로 참여를 하고 있는데, 5선비의 인물 중 한 분인 나유영 선생의 후손 집안에서 제물을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다. 제사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되어 약 한시간 가량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집례는 조태희씨(73세)가 맡았고, 대축으로는 신안문화원 감사인 강태성씨가 참여하였다. 초헌은 서도순(무안), 아헌은 조성갑(증도), 종헌은 주용규(임자)씨가 맡았다. 가장 윗대인 이항로 단비 앞에서부터 차례로 제향을 하였다.
최익현의 글씨
이곳을 찾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두류단 근처 바위에 최익현, 김평묵과 관련된 글씨가 남겨져 있다는 제보 때문이었다. 두 개의 글씨는 두류단의 바로 뒤편으로 100m이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유림들의 설명에 따라 그리 어렵지 않게 유적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가시덩쿨이 우거져있는 바람에 조사하는데 애를 먹기도 하였다.
먼저 발견한 것은 최익현의 글씨였다. 바다를 바라보는 듯 평평한 바위에 세로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우측부터 "大明日月 小華江山(글자크기 가로 23cm, 세로 24cm)"이라고 새겨져 있고, 좌측아래에 "崔益鉉書(글자크기 세로 9cm, 가로 15cm)" 라고 적혀져 있다. 이는 최익현이 흑산도 유배시절 천촌마을 지장암에 새긴 ""箕封江山 洪武日月"과 같은 맥락의 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정통성 있는 국가임을 강조한 말이다. 흑산도 유적의 경우 최익현의 문집인 면암집을 통해 글씨를 새긴 시기와 목적 등이 분명히 알려져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있다. 하지만 지도 두류산에 새긴 글씨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최익현이 지도에 머물렀던 시기도 조금 불분명하다. 다만 면암집에 1906년 의병을 일으켰다가 사로잡혀 지도로 유배 갔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시기에 새긴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때 최익현의 나이가 74세였고, 일본 쓰시마에서 마지막 생애를 마감하는 직전의 상황이기도 하다.
김평묵 제자 이름이 새겨진 글씨
중암 김평묵의 제자이름이 새겨진 바위도 면암의 글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위의 상중앙에 세로로 '智齊餘韻(글자크기 세로 17cm, 가로 21cm)'이라는 네 자가 새겨져 있고, 하단에는 이 글씨를 새긴 이들(지도에 유배 온 중암에게 학문을 익힌 제자들로 추정) 9명의 이름(金秉濂, 朴琳相, 羅有英, 任行宰, 朴淇龍, 金陽運, 朴顯章, 金似玉, 金鳳來)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는 두류단에 모셔진 '나유영'의 이름도 보인다. 우측에 '丁酉 五月'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글씨는 1897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평묵은 위정척사 사상을 펼쳐 1881년 지도에 유배 왔고, 유배시절 『해상필어』등을 집필하였다.
이 두 글씨들은 위치상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기록상에는 1908년에 만들어진 『지도군읍지』두류강당(頭流講堂) 편에 관련내용이 언급되어 있으나, 확인결과 책의 기록과 실제 두류단 산정에 새겨진 글씨의 내용이 크게 틀렸다. 지역 유림들의 개별 기록과 구전조사를 더 실시해봐야 만 정확한 유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 두류단은 오선비를 비롯해서 최익현과 김평묵 관련 글씨가 남아 있으므로 지방문화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고, 주변의 자연풍광 또한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방문객의 접근성이 매우 불편하여 좋은 유적지가 사장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 두류단제를 모시고 있는 유생들의 가장 급한 희망사항은 두류단 인근까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몇 해전 지도읍면사무소에 차가 올라갈 수 있도록 터를 겨우 닦아놓았는데, 이나마 최근 몇 년 간 내린 비로 인해서 다 훼손되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유생들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연로하여, 제사에 필요한 소품을 들고 올라가는 곳도 수월치 않다면서, 하루빨리 두류단이 유적지로 정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