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라남도가 섬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라남도는 전국 섬의 약 6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신 해양시대를 맞은 전라남도에게 주어진 크나 큰 자산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적극적인 섬 개발 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남의 수많은 섬들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개발될지 궁금증과 함께 약간의 걱정도 앞서게 된다.
우리는 우선 섬 개발하면, 천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해안, 갯벌, 모래사장 등을 활용한 분야에만 관심을 두기 쉽다. 이는 자칫 섬 개발이 자연환경의 훼손과 부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의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들을 고려하여,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여야 한다. 따라서 섬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먼저 해당 지역의 문화환경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화환경의 분석은 섬 지역이 지니는 해양문화 콘텐츠 자원의 활용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문화산업 발전은 얼마나 많은 문화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관광분야는 체험위주의 형태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단순히 개발이 편리한 지역에 인공적인 휴양지를 조성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점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섬=휴양지'라는 도식화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험관광의 목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섬 지역 고유의 해양문화 콘텐츠를 활용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수많은 섬들이 지니는 관광자원 개발의 장점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안군 흑산도를 예로 들면, 빼어난 해안절경 외에도 '홍어', '흑산도 아가씨', '유배', '정약전과 자산어보', '해녀', '민속놀이', '해넘이' 등 흑산도 하면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섬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 한 형태로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휴양' 개념에 '섬 유배'라는 이 고장 특유의 해양문화 콘텐츠를 가미시켜 보는 것이다.
21세기 전라남도의 미래는 문화와 해양의 만남이 가져다 줄 것이다. 관광자원의 개발은 바로 그러한 요소를 중시해야 될 것이고, 필자는 해양문화 콘텐츠가 그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해양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관광 산업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바다와 수많은 섬들, 우리의 해양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섬이 많은 곳에서 국가적인 전문연구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신 해양시대를 열어갈 주역인 전라남도가 나서서 국립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전라남도에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